계절
소우주 정석현
하얀 도화지에
연분홍 꽃망울 그려놓고
야릇한 밤꽃 향을 뿌리며
봄날의 설렘을 그리던 시절
향긋한 찔레꽃도 따먹고
빨간 장미꽃에 입맞춤하며
물 좋은 계곡에 낚시를 즐기며
여름은 참으로 화려했건만
그 계절 바람결에 실려 가고
알밤 빠져나간 가시만 남아
따갑게 찔리더니
어느덧 발갛게 단풍 물든 가을 나무다
이제 또 서늘한 바람 불면
한 잎 두 잎 낙엽은 떨어지고
가을 하늘에 포물선을 그리며
갈망의 정점을 향해 날아가는
저 고추잠자리
이 계절 얼마나 오래 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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