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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 날
소우주 정석현
산마루엔 안개가 자욱이 그리움을 만들면
개구리가 놀래 깊은 잠에서 깨어나
남편 사랑 등에 업고 엉금엄금 기어간다.
뒷다리에 힘을 주며 뛰어가기도 한다.
어디로 갈까 봐 사방을 살펴본다.
양달 진 물가로 가 남편을 내려놓고
물속에 사랑의 씨앗 품어 내면
알을 감싸고 보호하는 흐늘흐늘한 막은 물결에 일렁 인다.
일렁이는 속에서 어느 땐가
꼬리를 흔들며 올챙이가 되어 세상맛을 본다.
부모는 어디론가 흔적 없이 사라지고
형제들만 다소곳이 촐랑대다 꼬리를 감추고 뭍으로 오른다.
들엔 새싹들 파릇파릇 뾰족이 얼굴 내밀며
산엔 푸르른 빛이 시야에 아롱거리는 봄
불청객 황사가 오더라도
밝은 햇살에 사랑 머금고 개골개골 개 꼴
봄노래 불러 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