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
복사골 내고향
소우주 정석현
2025. 3. 30. 10:21
복사골 내고향 정석현 칠흑같이 캄캄한 밤 호롱불 스스럼에 콧구멍이 검게 숨을 쉬고 아랫목 애들 잠재워 두고 길쌈을 하는 어머님 북두칠성 바구니에 목화씨 담아 내년을 기약하며 삼태성 밤하늘에 별빛을 수놓아 은하수 강을 건는다 새벽, 닭이 활개 치며 꼬끼오 노래를 부르면 검정 무명 치마 흰 저고리 걸쳐 입고 조심스레 디딤돌 딛어 부엌으로 간다 콩나물,무 썰어 보리쌀에 백미 약간 썩어 밥을 안치고 아궁이에 성냥으로 불을 지피면 굴뚝엔 하얀 연기가 하늘을 오른다. 꼬장주(고쟁이) 속으로 들어오는 원적외선 궁이 튼튼하여 7.8 남매를 낳았던가? 대 가족 시대의 삶의 피곤을 잊은 채 부모 봉양에 자식들 키우느라 보따리 무겁게 이고 십리 길 장날 난전에 자리 펴고 내 물건 사이소 외친다. 그 소리 오버랲 되어 포화 소리가 들린다. 동족 살상에 남편 잃은 아낙네들 땅을 치며 통곡한다. 하늘도 울고 땅도 울었다. 복사꽃 내 고향 반곡지도 살려고 발버둥 친다. 치열했던 3년의 동족상잔 호외의 종전 소식! 외치며 뛰어다니는 소년 수많은 희생자에 명복을 빌어 모은다. 예술가의 멋도 유행가의 맛도 애틋한 사랑 속에 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첫사랑의 포옹은 짜릿짜릿한 맛이였던가! 오늘도 생존한 참전용사 절뚝거리며(101세 드신 배수용 외 2-3명) 이곳에서 추억을 반추하며 남은 생을 공부 하면서 즐겁게 보내신다 복사꽃 내 고향 봄 오는 소리를 듣는가.! |